복분자딸기는 장미과 산딸기속 식물이다. 흔히 복분자라 하지만 식용의 열매를 이를 때는 복분자딸기라 하는 것이 맞다. 복분자는 덜 익은 복분자딸기를 말린 한약재를 이를 때 쓰는 말이다. 복분자딸기의 학명은 Rubus coreanus이다. 학명에 coreanus가 붙은 것은 한국이 원산지이기 때문이다. 산딸기의 영어명은 Raspberry(래즈베리)인데 복분자딸기의 영어명은 Korean Raspberry이다. 한국 특산임을 인정한 이름이다.
복분자딸기는 붉었다가 까맣게 익는다. 산딸기는 붉게만 익는다. 가운데 것이 먼저 익고 있는 중이다.
요강을 뒤집는다고?
산딸기속 식물은 세계 전역에서 자생한다. 그 품종과 관련 없이 래즈베리란 이름으로 두루 불리며 생식, 설탕절임, 잼으로 식용한다. 우리 산야에도 복분자딸기 외에 산딸기, 뱀딸기, 장딸기, 멍석딸기 등 여러 산딸기속 나무가 자생한다. 이 중에 산딸기와 복분자딸기가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다. 딸기는 서양에서 들여온 것이라 하여 한때 양딸기라 불렀을 정도로 그 구분을 명확히 하였는데, 산딸기와 복분자딸기는 그 모양뿐만 아니라 맛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산딸기와 복분자딸기는 과육이 적어 식감이 부드럽지 못하며 향이 적은 편이다. 특히 복분자딸기는 딱딱한 씨앗이 커 입안에서 거칠게 십힌다. 그럼에도 복분자딸기는 근래에 재배 면적을 넓혀 주요 과일로 자리잡고 있다. 건강에 좋은 과일이라는 말이 크게 번진 덕이다. 또 복분자딸기술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복분자딸기의 인기는 한방 지식에 결합된 민간 이야기 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덜 익은 복분자딸기의 열매를 말려서 한약재로 사용하는데, 이것이 남자의 정력을 강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남자의 정력을 좋게 한다는 한약재는 여럿 있지만 이 복분자가 특히 유명세를 탄 것은 그 이름 때문이다. 복분자는 한자로 覆盆子라 쓰는데, 복분자를 먹고 오줌을 누면 요강(盆)이 뒤집어진다(覆) 하여 붙은 이름이라는 것이다. 옛 사람들이 이런 비유까지 생각하며 한약재의 이름을 붙였을까 싶지만, 어찌 되었건 이 이야기가 복분자 작명의 정설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복분자딸기의 열매 모양이 그릇(盆)을 엎어놓은(覆) 것처럼 보인다 하여 覆盆子란 이름이 붙었을 수도 있다. 또, 요즘 복분자딸기는 다 익힌 것으로 먹어 한약재로 쓰이는 복분자와는 거리가 있다.
풍천장어에 얹어져 얻은 유명성
전북 고창에 복분자딸기 농사가 크게 번진 것은 1980년대부터이다. 그 이전에도 산딸기와 복분자딸기 재배 농가가 일부 있었으나 지금처럼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고창에서 예부터 유명하였던 것은 고창 선운사 옆 풍천에서 잡히는 민물장어(고창 풍천장어)였다. 선운사로 관광을 가면 이 풍천장어를 먹고 오는 것이 당연한 코스였다. 198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에 힘입은 마이카 붐으로 전국에 유명 관광지가 만들어졌는데 그 중 하나가 선운사였고 덩달아 풍천장어도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런데 선운사 인근의 식당에서 장어와 함께 복분자딸기술을 내놓았다. 장어가 남자의 정력에 좋으니 여기에 역시 남자의 정력에 좋은 복분자딸기술을 마시면 금상첨화라며 내놓은 것이다. 고창의 복분자딸기는 풍천장어와 함께 순식간에 지역 유명 특산물이 되었다.
복분자딸기 농사는 고창 외에 그 인근의 순창과 정읍 등에까지 번졌다. 자연 환경이 비슷하니 수확 시기며 그 품질도 비슷하다. 바닷가보다 내륙쪽이 며칠 일찍 익는다는 차이는 있다. 고창 복분자딸기가 유명해지니 타지역의 복분자딸기도 고창의 것으로 팔리는 일이 많다. 이 일로 인해 한 지역의 농민들이 손해를 본다든지 하면 문제가 될 것이나 현재로서는 갈등이 보이지 않는다. 복분자딸기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복분자딸기가 익어가고 있는 밭이다. 다 익었을 때보다 덜 익었을 때가 더 예쁘다.
복분자딸기는 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달린다. 그래서 복분자라는 이름을 얻었을 수 있다.
가시밭에서 하는 농사
복분자딸기는 자생종이니 농사가 쉬울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손이 참 많이 간다. 먼저, 그해 복분자딸기가 맺은 가지는 수확 후 잘라내어야 한다. 이를 그냥 두면 웃자라기 때문이다. 복분자딸기를 달고 있는 그 가지의 아래를 보면 땅에서 새순이 올라오는데 이 새순을 잘라서 곁가지를 만들어야 한다. 복분자딸기는 아비가지가 아니라 아들가지에서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이듬해 그렇게 새로 올린 곁가지들로 가지런하게 모양을 잡아주어야 복분자딸기를 거둘 수가 있다. 여느 나무이면 이 작업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복분자딸기에는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어 이를 피하면서 하여야 하니 힘든 것이다. 복분자딸기를 수확할 때에도 가시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 손과 팔이 긁힐 수 있으니 그 더운 날에도 장갑과 토시를 하여야 한다. 반바지나 슬리퍼도 금물이다. 복분자딸기 수확기가 양파 수확기와 겹치는데, 농촌의 유일한 노동력인 할머니들이 양파밭으로 가고 복분자딸기밭으로는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복분자딸기 따는 인건비가 비싸다. 한 사람이 하루에 30킬로그램 정도 수확을 할 수 있는데, 10킬로그램은 인건비, 10킬로그램은 밭 관리비로 나가고 나머지 10킬로그램이 순익 정도 될 것이라 한다. 작황이 나쁘거나 복분자딸기 가격이 좋지 않으면 밥그릇(盆)을 엎을(覆) 복분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글·사진 황교익
농민신문사와 (사)향토지적재산본부에서 향토음식과 지역특산물의 취재 및 발굴, 브랜드 개발 연구를 했다.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 [맛따라 갈까보다], [소문난 옛날 맛集], [주말농장 즐기기], [알기 쉬운 지리적표시제] 등의 책을 펴냈다. 향토음식과 식재료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http://blog.naver.com/foodi2'를 통해 네티즌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