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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수라상에 오른 패류의 황제,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에 활용된 전복

패류(貝類) 가운데서 가장 귀하고 값이 비싸‘패류의 황제’로 불리는 전복은 조류 소통이 좋은 연안 암초 지대에서 미역, 다시마, 감태, 대황 등의 해초를 먹고사는 고급 패류이다.

이름난 먹을거리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어물전에서 행세깨나 한다는 놈들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걸 최고의 영예로 치는데, 전복도 그 옛날 진상품 가운데 하나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전복은 선사시대의 패총(貝塚)에서 전복 껍데기가 출토되리만치 먹을거리로 이용된 역사는 유구하다. 따라서 전복은 단순한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문화 속에 융화되어 다양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전복을 한자로는 포(鮑) 또는 복(鰒)이라 한다. 우리 문화재 가운데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되어 사적 1호로서도 유명한 포석정(鮑石亭)이 있다. 포석정은 돌에 홈을 파서 낸 구불구불한 물고랑의 모양이 전복 껍데기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전복은 고려시대만 해도 서민들도 즐겼던 식품으로서 부산물인 전복 껍데기를 이용한 나전칠기(螺鈿漆器) 공예가 성행하였다. 우리의 나전공예는 삼국시대 당나라로부터 전래된 것으로 고려 때 눈부시게 발전하여 도자기와 더불어 고려의 대표적인 공예로 발전했다.

당시의 이러한 상황은 송나라의 사신 일행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徐兢)의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잘 나타나 있는데‘세민(細民)이 많이 먹는 해산물로는 미꾸라지, 전복(鰒), 새우, 대합, 굴, 게 등이 있다’고 하였고‘고려의 나전은 그 기법이 매우 세밀하여 귀히 여길만하며 나전이 장식된 말안장도 매우 정교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복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점차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하였다. 조선시대에 간행된 공선정례(貢膳定例)나 탐라지(耽羅誌)에는 전복이 임금께 진상되는 공물로 기록돼 있고, 제주 목사 이건(李建)이 쓴‘제주풍토기’에는‘해녀들이 갖은 고생을 하면서 전복을 따지만 탐관오리의 등살에 거의 뜯기고 스스로는 굶주림에 허덕인다’고 전한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 당시도 전복은 귀하고 값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전복은 우리와 일본, 중국 등지에서는 귀하게 여기는 수산물이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전복의 내장은 말할 것도 없고 껍데기 하나도 버리지 않고 생활에 활용했다. 전복 껍데기는 나전칠기의 재료로서 뿐만 아니라 한방에서는 석결명(石決明)이라 부르며 눈의 밝음을 결정하는 약재로서, 같은 효능을 가진 식물성 약재인 결명자(決明子) 못지않게 귀하게 여겼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이상한 터부가 있어 전복을 잘 먹지 않았는데, 전복은 껍데기가 두 짝인 다른 조개 종류와 달리 외짝이어서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전복 껍데기는 단단하여 어지간한 충격에는 부서지지 않는다. 최근 서양에서는 이러한 전복 껍데기의 비밀을 밝혀 전투에 사용되는 탱크의 철갑을 만들기도 했는데, 전복 껍데기는 단단한 탄산칼슘 층과 부드러운 고분자 물질이 층을 이루며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에 단단한 부위에 균열이 생겨도 이 균열이 번지는 것을 부드러운 층이 즉시 막아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명체가 만드는 물질이나 행동, 구조 등을 연구하여 유용한 신소재를 개발해 내는 학문을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라 하는데, 생체모방은 예로부터 발명가들의 스승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찾아내는 데는 자연처럼 완벽한 스승은 없기 때문이다.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팀 이두석 연구관
등록일 2004.06.17 15:42:00